데이터센터를 막는 건 주민인데, 웃는 건 누구일까
이 글은 개인적인 추측이고, 끝까지 읽어도 망상에 불과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막는 건 주민이지만, 막힐수록 이득을 보는 건 이미 데이터센터를 가진 회사들이라고 본다.
아버지는 1994년부터 33년째, 반도체로 이름을 날리는 그룹의 건설사에서 데이터센터를 짓는 전기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덕분에 AI 붐이 오기 훨씬 전부터 데이터센터가 뭔지 들으며 컸다. 지금 AI를 돌리는 데이터센터가 그때와 구조부터 다르다는 건 알지만, 관심은 그때부터 있었다. 주말에 집에 가면 해외 대형 클라우드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고, 그러면서 이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래 생각해 왔다. 이번에 그 생각을 숫자로 확인해 봤다.
한때는 미래 먹거리였다
몇 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는 미래 먹거리라는 말과 함께 전 세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건립 계획이 나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소음, 전기료, 일자리를 이유로 시민단체와 주민이 반대하고, 실제로 취소되는 곳이 늘었다.
정말 막히고 있나: 숫자로 보면
| 항목 | 수치 | 출처 |
|---|---|---|
| 2026년 1분기 막히거나 지연된 미국 프로젝트 | 최소 75개, 약 1,300억 달러 | Data Center Watch |
| 2026년 2분기 | 45개, 약 680억 달러 | Data Center Watch (블룸버그 보도) |
|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단체 | 843개, 49개 주 | Data Center Watch |
| 우리 동네 AI 데이터센터 반대 (미국) | 71% | 갤럽 2026 |
| 한국 데이터센터 중 수도권 비중 | 60% (165곳 중 99곳) |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2024 |
출처: Data Center Watch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공사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은 오히려 24.8% 늘어 7,481MW로 역대 최대다. 막히는 것도 역대급인데, 짓는 것도 역대급이다. 「데이터센터가 줄었다」가 아니라 「새로 들어오려는 곳이 막힌다」에 가깝다. 우리나라도 짓는 쪽은 바쁘다. SK와 AWS는 울산에 비수도권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이는 반대 이유
| 이유 | 실제로 확인되는 것 |
|---|---|
| 전기료 | 미국 최대 전력망 PJM의 용량 가격이 MW·일당 28.92달러(2024/25)에서 329.17달러(2026/27)로 뛰었고, 2025/26 상승분의 63%(93억 달러)가 데이터센터 때문이라는 독립 감시기관 분석이 있다 |
| 소음·환경 | 냉각 설비, 비상 발전기, 고압 송전선 전자파 우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등 수도권 주거지 인근에서 반대 집회가 이어진다 |
| 일자리 | 큰 세금 혜택을 받는 것에 비해 상시 고용 인원은 적다는 지적 |
출처: PJM 경매 결과
이 이유들은 다 진짜다. 다만 나는 이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 막힐수록 웃는 쪽
먼저 선을 그어 둔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람에게는 많이 지어질수록 일이 늘어난다. 내가 의심하는 건 짓는 쪽이 아니라, 이미 지어 놓고 임대로 수익을 내는 쪽이다. 같은 업계라도 둘의 이해는 정반대다.
이미 데이터센터를 지어 수익을 내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새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생기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다. 공급이 늘면 임대료가 내려가고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로 짓는 게 막히면, 이미 가진 자리는 더 귀해진다.
숫자가 정확히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 항목 | 수치 |
|---|---|
| 북미 주요 시장 공실률 | 역대 최저 1.4% (공급이 1년 새 33.7% 늘었는데도) |
| 북버지니아 공실률 | 0.3% |
| 공사 중 용량 중 이미 임대 계약된 비율 | 80.4% |
| 임대료 | 모든 규모 구간에서 상승 (CBRE) |
출처: CBRE 2026
CBRE 담당자도 공급을 세 배로 늘려도 공실이 줄어드는 산업은 처음 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시장에서 새 경쟁자가 막히는 건, 기존 사업자에게 가만히 있어도 가격 결정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전력망 연결은 선착순이다. 업계 연구기관 업타임 인스티튜트는 기존 데이터센터들이 미래 성장에 대비해 실제 필요보다 훨씬 많은 전력 용량을 미리 잡아 두고, 그게 다른 사용자의 연결을 막고 있다고 보고했다. 주민 반대가 없더라도, 먼저 줄 선 쪽이 자리를 쥐고 있는 구조다.
솔직히 확인하지 못한 것
내 생각의 가장 센 버전은 「기존 사업자들이 카르텔처럼 반대를 부추긴다」인데, 이건 증거를 찾지 못했다.
| 찾아본 것 | 결과 |
|---|---|
| 반대 단체 자금 의혹 | 있다. 다만 지목되는 쪽은 기존 데이터센터 회사가 아니라 환경단체와 해외 재단이고, NPR은 그 주장들조차 직접 증거가 거의 없다고 짚었다 |
|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단체 | 미시간 메이슨의 반대 단체 두 곳은 서로를 유일한 후원자로 신고해, 실제 돈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다 |
| 기존 사업자가 반대를 후원했다는 보도 | 찾지 못함 |
그래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누가 일부러 막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막힘이 계속되는 게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숫자로 보인다. 반대 단체의 자금 출처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시작하면, 이 생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새 데이터센터가 막힐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